해 질 무렵 한강 둔치 풀숲에서 검은 마스크를 쓴 통통한 동물이 슬며시 걸어 나온다면, 그건 외국의 라쿤이 아니라 한국 토종 너구리(Nyctereutes procyonoides)일 가능성이 높아요. 라쿤처럼 보이지만 분류상 너구리는 개과(犬科)에 속하는 진짜 야생의 친척이에요.
어떻게 생겼어요
몸길이 50cm에서 70cm, 무게는 4kg에서 8kg 정도예요. 작은 진돗개 새끼만 한 크기를 상상하면 비슷해요. 털은 갈색에 검은색이 섞여 있고, 눈 주위에 도둑처럼 검은 마스크 무늬가 또렷해요. 다리는 짧고 까만색이고, 꼬리도 짧고 굵어요. 라쿤과 달리 꼬리에 줄무늬가 없고, 발도 사람 손처럼 능숙하지 않아요.
어디서, 언제 만나요
- 계절: 사계절 만날 수 있지만, 늦가을과 초봄에 활동량이 가장 많아요.
- 장소: 한강 둔치 풀숲, 도시 외곽 야산 자락, 시골 마을 인근. 도시 한복판에도 가끔 출몰해요.
- 시간: 해 지기 30분 전부터 해 진 후 1시간 사이가 가장 활발해요.
부부가 평생 함께 살아요
너구리는 야생 개과 동물 중에서 드물게 평생 한 짝과 함께 사는 종이에요. 한 번 짝을 맺으면 둘이서 같은 굴을 쓰고 새끼도 함께 키워요. 임신 기간은 약 60일이고, 한 번에 새끼 4마리에서 8마리를 낳아요. 또 하나 신기한 점은, 너구리는 개과 동물 중 유일하게 겨울잠 비슷한 휴면 상태에 들어간다는 거예요. 한겨울 가장 추운 며칠은 굴에서 거의 안 나오고 체온과 활동을 낮춰 버텨요.
이번 주말에 만나보세요
너구리는 가끔 보여요 등급이에요. 한강 둔치 풀숲이 우거진 구간이나 야산 둘레길을 해 질 무렵에 천천히 걸어 보세요. 너구리는 사람을 보면 일단 멈춰 서서 관찰하는 습성이 있어, 거리가 10m쯤 떨어져 있으면 한참 동안 마주 볼 수도 있어요. 가까이 다가가지 말고 그 자리에서 조용히 보세요. 가족이라면 한 명이 손전등을 풀숲 가장자리에 비추고 다른 사람이 카메라를 준비하면 좋아요.
